재밌는 얘기

서점에서 번호를 물어봤던 일

LIMSEUNGSOO 2021. 4. 18. 09:09

1. 나는 평소에 타로카드를 자주 보는 편이고, 타로카드에 내 인생의 판단을 자주 맡기는 편인데 이번주 연애운이 좋다길래 서점에서 번호를 따려고 했던 일을 블로그에 써보려고 한다. 사실 솔직히 말하면 타로카드의 정확성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(내가 리딩 실력이 별로 안 좋다 + 점이 좋게 나와도 맞아 떨어진 적이 없다.) 운이 좋게라도 나오면 용기가 생겨서 그런가 도전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.

 

2. 번호를 따는 건 예전부터 내가 해보자고 꼭 생각하던 거였는데, 작년만 하더라도 아는 동생과의 술자리에서 오늘 집 가는 길에 꼭 번호를 한 번 따겠다고 장담하던 기억이 난다. 그런데 내가 용기가 없던 것도 있고, 그때는 외모에 영 자신이 없어서 번호를 따는 걸 피하다가 이번에 마음을 먹게 되었다.

 

3. 번호를 물어볼 장소를 카페 그리고 서점 이렇게 두 곳으로 정했는데 서점에 가서 번호를 물어볼지 말지 고민하는데 서점을 빙빙 돌았다... 이 빙빙 도는 시간만 2시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, 번호를 물어보려면 대체 타이밍을 언제로 정해야할지 그리고 멘트를 어떻게 해야할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나한테 번호를 줄지 판단이 어려웠다. 내 이상형인 외모가 단정하고 눈이 예쁜 사람들이 내가 번호를 따려는 시간에 서점에 머무는 빈도도 계산해야 하는데다가, 접촉 장소도 계산하려니 머리가 좀 띵했다... ㅠㅠ

 

4. 그러다가 번호를 물어보고 싶은 분을 한 여섯 분 정도 내 망설임 때문에 놓치고, 서점에서 한국 문학 코너에 계시던 검은 라이딩 자켓을 입은 분에게 번호를 물어보게 되었다. 얼굴에 살이 좀 있고 눈이 아주 크고 예쁜 분이셨는데, 뭐 결과적으로 말하면 번호를 따는 건 실패했다. 한 30 분 가까이 앞에서 이것저것 책을 보는 척하다가, 그 분이 책을 계산하고 돌아서는 때에 타이밍을 노리고 바로 번호를 여쭤봤는데 이때가 이 글의 하이라이트다.

 

나: "혹시...."

그분: 네?

(한 2분 가까이 정적)

나: 아까부터.... 계속... 번호... 그.. 관심... .잇어서...

그분: 아!?

그분: 아! 죄송합니다

(인사를 하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나가심)

 

그 장면을 떠올려보면, 그 분이 내가 번호를 물어보셔서 기분이 아주 좋거나 나쁜 건 아니셨던 것 같고 그냥 갑자기 어떤 사람이 자기한테 말 걸고 몇 분 동안 말도 없이 서있다가 왜 자기한테 말을 걸었는지 '용무'를 깨닫게 되어서 그냥 반자동적으로 거절을 하신 것 같다.

 

5. 생각해보면, 번호를 딸때 인상이 순둥순둥한 분보다는 오히려 인상이 사납게 생긴 분들 그리고 나이가 꽤 있는 취준이나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이런 번호 물어보는 거에 더 유한 편이시고 인상이 순한 분들이 오히려 외유내강 느낌으로 자 거절하시는 것 같은데 하여간... 번호 따는 걸 실패하고나서 바로 카페에 가서 한 번 더 시도해보려고 했는데, 내 이상형인 분이 없어서 안 했고 그 후로는 서점도 공사 때문에 문 닫는데다가 영 연애에 갑자기 관심이 떨어져서 포기했다;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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